5인 미만 스타트업에서 퇴사하며 떼일 뻔한 돈을 되찾은 기록,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. 3편에서 진정을 접수했고, 근로감독관까지 배정됐습니다. 이번 편은 출석조사를 앞두고 사건이 끝난 과정에 대한 기록입니다.
먼저 결론부터 밝히면 저는 노동청에 가지 않았습니다.
출석조사 후기를 기대하고 들어오셨다면 이 글에는 그 내용이 없습니다. 왜냐하면 조사 날짜가 오기 전에 사건이 끝났거든요.
그런데 이 과정이 오히려 더 쓸모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. 임금체불 진정의 상당수는 조사까지 가지 않고 합의로 끝납니다.
제 경우가 정확히 그랬고, 감독관 배정 이후 며칠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
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할 누군가를 위해 기록해 둘 가치가 있겠죠..
모르는 번호로부터의 연락, 그리고 준비
지난번 글에서 감독관 배정 통보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고 했습니다.
2026.09.09 - [민원·행정 절차 (실제 신청 후기)] - 고용노동부 진정 접수, 집에서 20분이면 끝납니다 (고용노동부 민원 후기 3편)
받아보니 노무사였습니다. 대표가 상담 (or 선임한?) 바로 그 노무사였겠지요.
예상했던 일이라 놀라지는 않았습니다. 오히려 '이제 됐다' 싶었습니다.
이유를 설명하려면 그 며칠 동안 제가 뭘 하고 있었는지부터 말해야겠습니다. 접수하고 손 놓고 기다린 게 아니었습니다.
노무사 지인에게 사건 구조를 확인받았습니다. 제가 이해한 게 맞는지, 놓친 게 있는지요.
설령 주변에 그런 지인이 없어도 방법은 있습니다.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(국번 없이 1350)는 무료고, 지방고용노동관서 고객지원실에서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.
추가적으로 여러 경로로 비슷한 사례를 찾아봤습니다. 판례 요지, 상담 사례, 실제 진정 후기까지요.
그 결과 제 사건의 뼈대가 명확해졌습니다.
사건을 정리/요약하면,
| 근로관계 종료의 성격 | 합의된 퇴사일 이전에 회사가 일방 종료 → 해고에 해당 |
| 해고예고수당 | 5인 미만도 적용. 3개월 이상 근속 요건 충족 |
| 회사가 가진 반박 카드 | 사직서 없음. 자진 퇴사 주장을 뒷받침할 서면이 없음 |
| 진정 이후 회사 태도 | 회유·협박성 연락 → 회사에 불리한 정황 |
준비가 끝나 있으면 전문가가 상대로 나와도 겁나지 않습니다. 오히려 그때부터가 이야기가 통하는 구간입니다.
노무사가 붙으면 왜 상황이 바뀌나
이게 이번 편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. 대표는 그때까지 이 사건을 감정으로 다루고 있었을 겁니다.
☞ 괘씸하다, 설마 진짜 하겠나, 업계에서 불이익 주겠다. 2편에서 다룬 그 태도요.
노무사는 사건을 리스크로 봅니다. 감정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요. 계산만 합니다.
그 사람 눈에 이 사건이 어떻게 보였을지는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. 제가 그 대화 자리에 있던 건 아니니까요. 다만 제가 파악한 사실관계를 놓고 보면 대략 이런 그림이었을 겁니다.
- 합의된 퇴사일 전에 당일 종료를 통보했고, 사직서도 받아두지 않았다
- 해고예고수당은 5인 미만이라고 피해갈 수 있는 항목이 아니다
- 급여에서 임의로 공제한 부분도 따로 문제가 된다
- 진정 접수 이후에 나간 연락 중 일부는 회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
- 조사에 들어가면 이 사업장의 다른 부분까지 들여다보게 될 수 있다
여기까지 정리되면 결론은 하나로 모입니다.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면 들어주는 쪽이 싸다.
조사 한 번 받는 것보다, 그 금액을 주고 끝내는 게 회사 입장에서 손해가 적다는 계산이요.
그래서 노무사가 연락해 온 것 자체가 (합의) 신호였습니다. 대표가 계산을 마쳤다는 뜻이니까요.
제가 전달한 것
노무사에게 요구사항을 정리해서 전달했습니다. 3편에서 접수한 진정 내용과 같은 항목들이었습니다.
그리고 한 가지를 분명히 했습니다.
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취하 없이 그대로 진행하겠다.
협박조로 말하지 않았습니다. 그냥 사실을 말했어요.
이미 감독관도 배정된 상태였고, 저는 조사에 나갈 준비가 돼 있었습니다. 실제로 그럴 생각이었고요.
이 뉘앙스가 중요합니다. 상대가 가장 알고 싶은 건 "이 사람이 진짜 갈 사람인가"입니다.
2편에서 예고한 기한이 지나자마자 실제로 접수해버린 전력이 여기서 힘을 발휘했습니다. 빈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게 이미 증명돼 있었거든요.
말과 행동이 일치했던 게 결국 가장 큰 협상 카드였습니다.
하루도 걸리지 않았습니다

답은 그날 안에 왔습니다. 한 번의 조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정리된 내용은 이랬습니다.
| 일방적으로 공제됐던 연차 정산분 | 전액 지급 |
| 해고예고수당 및 약정금 | 요구액보다 살짝 적었으나 상호 합의된 금액 지급 |
해고예고수당 전액은 아니었습니다. 조금 적었어요.
그래도 저는 받아들였습니다.
왜 전액을 고집하지 않았나
이 판단이 갈릴 수 있는 부분이라 이유를 적어둡니다.
첫째, 조사는 양쪽 모두에게 피곤한 일입니다. 저도 시간을 내서 관할 관서에 가야 하고, 진술하고, 결과를 기다려야 합니다.
육아하면서 그 일정을 빼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.
둘째, 확실한 금액이 지금 들어오는 쪽이 낫다고 봤습니다. 진정사건 처리기간은 접수일로부터 25일, 연장하면 최대 50일입니다.
그 기간을 더 끌어서 조금 더 받는 것과, 지금 확실히 받는 것. 저는 후자를 골랐습니다.
셋째, 심리적 비용이 컸습니다. 솔직히 이 부분이 제일 컸어요. 이 일에 계속 마음을 쓰는 것 자체가 소모였습니다.
저는 다음 일을 준비해야 했고, 이 사람들 생각하느라 쓰는 에너지가 아까웠습니다.
넷째, 애초에 못 받을 뻔한 돈이었습니다. 계약서에 없던 약정금까지 포함해서요. 0원이 될 수도 있었던 게 대부분 회수됐습니다.
다만 이건 제 선택이지 정답은 아닙니다. => 금액이 크거나, 시간 여유가 있거나, 회사 태도가 끝까지 불량하다면 조사까지 가는 게 맞을 수 있습니다. 실제로 조사에서 전액 인정받는 경우도 많습니다.
합의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것
여기서 자칫하면 다 뒤집힐 수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. 이것만은 꼭 기억하세요.
취하는 입금을 확인한 뒤에
순서가 절대 바뀌면 안 됩니다. "취하해 주시면 바로 입금하겠다"는 말이 나올 수 있는데, 그 순서를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. 취하하는 순간 여러분의 카드는 사라집니다. (꼭 통장에 찍힌 걸 확인하고, 그다음에 취하)
+) 이외에 챙길 것들입니다.
- 합의 내용을 문자나 메일로 남기세요. 항목별 금액과 지급 예정일까지요. 구두로만 하면 2편의 반복입니다
- 합의서에 부제소 조항이 있는지 보세요. 앞으로 이 건으로 문제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. 금액이 납득되면 문제없지만, 무엇에 서명하는지는 알고 해야 합니다
- 담당 감독관에게 진행 상황을 알리세요. 합의가 진행 중이라는 걸 공유해 두는 게 좋습니다
- 취하 후에는 같은 건으로 다시 진정하기가 어려워집니다. 그래서 순서가 중요한 겁니다
접수부터 입금까지 + 정리
사건을 되돌아보니 민원 접수부터 입금까지 약 2주(13일) 걸렸더라구요. 25일 처리기간을 다 쓰지도 않았습니다.
정리하면,
- 진정의 상당수는 조사 전 합의로 끝납니다. 접수가 곧 법정 싸움을 뜻하지 않습니다
- 상대가 전문가를 붙였다는 건 계산을 마쳤다는 신호입니다. 겁먹을 일이 아닙니다
- 전문가는 감정이 아니라 리스크로 봅니다. 사실관계가 명확하면 오히려 대화가 빨라집니다
-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합니다. 예고한 대로 접수한 전력이 협상력의 전부였습니다
- 취하는 반드시 입금 확인 후에. 순서를 바꾸지 마세요
- 합의 내용은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세요
지나고 나서 제일 어이없었던 건 이겁니다.
결국 줄 돈이었다는 것. 처음부터 약속대로 줬으면 서로 이 고생을 안 했을 텐데요.
사측은 회유하고 협박하고 노무사까지 쓰면서 시간과 비용을 들인 끝에, 결국 비슷한 금액을 지급하고 끝났습니다.
그래도 결과는 긍정적이었습니다. 받을 걸 받았고, 그 과정에서 제가 몰랐던 걸 많이 배웠으니까요.
시리즈 안내
- 1편 5인 미만 사업장? 해고예고수당 적용됩니다
- 2편 호락호락하지 않은 고용주 어떻게 대응/커뮤니케이션 했나
- 3편 고용노동부 진정 접수, 집에서 20분이면 끝납니다
- 4편 (현재 글) 노동청 출석조사를 앞두고 — 접수부터 입금까지
- 5편 스타트업 퇴사하며 떼일 뻔한 돈 되찾은 기록
이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. 저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며, 개별 사안은 근로 형태·재직 기간·계약 내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. 본인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면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(국번 없이 1350)나 가까운 지방고용노동관서에 문의하시는 걸 권합니다. 상담은 무료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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